언론보도

[오마이뉴스]"우장창창과 채무자, '을을 위한 김앤장'도 있어야죠"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18-04-05 11:41
조회
1171
"우린 '을들을 위한 김앤장', 약자인 '을' 편에 서는 로펌을 지향합니다."

크고 작은 로펌(법무법인)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색다른 현판이 걸렸다. 법무법인 도담(대표변호사 김남주) 변호사들이 지난해 11월 채무자들을 위한 '회생희망센터'(debtfree.co.kr )에 이어 최근 '상가임차인소송센터'(renterpartner.co.kr) 문을 열었다.

건물주와 채권자가 '갑'인 시대, 상가 임차인과 채무자는 우리 사회 대표적인 약자다. 변호사들이 굳이 '돈 되는 의뢰인'을 놔두고 '을'을 위한 로펌을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 변호사와 각각 상가임차인소송센터장과 회생희망센터장을 맡은 박현정, 이은종 변호사를 지난달 28일 오후 서초동 법무법인 도담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장창창-리쌍 분쟁 계기로 임차상인 살리기 "법적 대응 수단 늘어"

세 변호사의 인연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출발했다. 김남주 변호사를 시작으로 박현정 변호사는 5년 전부터 함께 활동했고, 이은종 변호사도 1년 전 민변에서 처음 만났다.

김남주 변호사는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꼽히는 강남 가로수길 '우장창창 대 리쌍' 분쟁을 계기로 상가 임대차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13년 당시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상인들이 참여연대, 민변 등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손을 내민 이가 바로 김 변호사였다. 당시 침체됐던 상권이 갑자기 커지면서 기존 상인들이나 원주민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화두였다.

"당시 우장창창은 법(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이 안 되는 영역이었어요. 가로수길이다보니 월세가 비싸 (법 보호를 받는) 환산보증금 범위를 넘어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관계를 주장할 수 없었어요. 그 때만 해도 변호사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었죠. 지금은 환산보증금 기준도 많이 올랐고, 권리금 제도가 들어와 변호사가 쓸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많아졌어요."

2013년 당시 김 변호사 중재로 합의가 이뤄져 우장창장은 계속 그곳에서 장사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16년 명도 소송에서 패소해 결국 쫓겨났다. 지난해 초 양쪽이 다시 합의해 우장창창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서촌 족발집을 비롯한 임차인과 건물주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 임차인은 건물주와 법 앞에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걸까?

"상가 임대차 사건은 양쪽이 앞일을 현실적으로 예측하면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자기들이 법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 타협을 잘 안하려는 게 문제예요. 타협을 신속히 해서 쌍방 출현을 줄여야 해요. 분쟁이 벌어지면 장사도 제대로 못하고, 건물주도 소송 비용에 용역 비용, 금융 손실까지 사회경제적으로도 낭비거든요. 건물주 입장에선 (법적으로) 금방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임차인이 궁지에 몰리면 저항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계산은 안 하는 거죠."

"일제 강점기 만도 못한 임대차제도... 장기 임대 우대해야"

수년째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 상담위원으로 지내다 올해 상가임차인소송센터장을 맡은 박현정 변호사는 요즘엔 오히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가게를 빼려는 임차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장창창 사태와 정반대 상황으로, 일종의 '역전세난'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 영업이 잘 될 때는 우장창창처럼 상인들이 더 장사하려고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사건이 많았어요. 요즘은 영업이 잘 안 돼서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빨리 해지하려고 하고 임대인은 다 채우고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엔 계약 기간은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지켜야 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죠."

"임대차 분쟁이 벌어지면 지금도 합의를 유도하는 게 최선이에요. 외국에는 높은 월세를 낮추는 차임증감청구소송도 많은데 국내에서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어요."

임대차 계약 단계부터 변호사가 일일이 개입하긴 어렵기 때문에, 임차상인이 변호사를 찾는 건 대부분 임대인과 협의가 안 돼 소송 직전까지 간 경우다. 이럴 때 임차인 쪽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보니, 수임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박현정 변호사는 가급적 임차인 가게를 직접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가 목이 좋은지 나쁜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시설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다.

"서울에 있는 상가는 대부분 직접 들르고 제주나 수원에 있는 상가도 재판하면서 직접 찾아가보기도 해요. 임대차 분쟁은 음식점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일반 사무실과 달리 인테리어 등에 들인 비용이 많아 임차인이 주장할 것도 많거든요. 의뢰인도 직접 와서 봐주길 원해요."

맘상모 고문을 맡고 있는 김남주 변호사는 법무법인 홈페이지에 "우리 임대차제도가 일제 강점기만도 못하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임대차법인 '차지차가법'은 임차인의 장기계약을 옹호해요. 1930년대 조선총독부 조선농지령에도 계약 갱신에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최하 3년 이상 계약하게 했어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임대료 인상이 적절한지, 갱신 거절 사유가 정당한지도 따졌어요. 덕분에 일본은 장기임대차제도가 정착했는데 아베 정부는 오히려 거품이 꺼진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오히려 임대차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후퇴했어요. 그런다고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는 건 아닌데 말이죠."

"임차인, 채무자도 변호사에게 양질의 서비스 받아야"

세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상가 임차인과 채무자 회생을 위한 소송센터까지 만든 것도 '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우리나라의 제도적 결함을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다.

"임차인과 채무자가 법률 서비스에서 소외된 건 맞지만, 관련된 소송 건수는 많아요. 상가임대차 관련 명도 소송만 1년에 3만 건에 이르고 회생파산 관련 소송도 매년 10만 건 넘어요. 다만 전문 변호사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죠."

실제 명도소송이나 회생파산 관련 소송 건수에 비해 소송금액이 크지 않다보니 전문 변호사나 법무사보다는 이들 명의를 이용한 브로커나 사무장이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남주 변호사는 10년 동안 법무법인을 운영하면서 사무장이나 브로커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실무를 브로커와 사무장들이 많이 해왔고, 변호사들이 직접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아 법원에서 다툴 수 있는 문제도 파산관재인이나 회생위원이 하자는 대로 해서 채무자가 불이익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걸 지양하고 채무자 입장에서 법이 보장된 권리를 지켜가면서 하자는 취지로 센터를 만들었어요."

이은종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회생희망센터'까지 만들어 채무자 상담부터 서류 작업 마무리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공인회계사 자격도 있다 보니 일반 직원들이 놓치는 부분까지 발견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있으면 파산 신청을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채무자 상황을 들어보고 근로소득 있어도 채무 변제가 어려운 경우 회생이 아닌 개인파산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채무자 재산을 환가할 때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채무자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고 있어요."

김남주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회생파산 관련 소송이 지금보다 더 늘어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가계 빚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생희망센터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빚은 해결될 수 있다, 목숨과 맞바꿀 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실제 10억 원 정도 빚을 진 기업가가 5개월 만에 면책 받은 사례도 있었어요. 아버지가 파산해서 집을 나가 연대보증을 선 아들이 10억 넘는 빚을 진 사례도 있는데, 아버지가 집을 나갈 문제가 아니거든요. 자기 재산만 없다면 소송으로 다 해결할 수 있어요. 빚은 천형처럼 따라다닐 문제가 아니에요.

제도적인 문제도 있어요. 법원이 회생절차를 너무 꼼꼼히 보고 있어요. 그 영향 때문인지 가계부채는 1500조 원을 돌파했는데 회생파산 관련 사건 수는 오히려 줄고 있어요. 이게 더 늘어나야 빚으로 인한 문제도 해결되는데 법원이 안 좋은 신호를 주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