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오마이뉴스]"죽지 마! 사업 실패도 재산이야"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19-01-29 18:08
조회
1489


 지난 2015년 파산한 한 조선소의 모습. 자료사진

 

 

사업 실패 후 새 직장 찾은 파산자의 재기 성공
[오마이뉴스 김남주 기자]

 


"죽지 마! 사업 실패도 재산이야."

필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실패 경험을 활용해서 다시 재기 중인 필자의 친구 말이다. 그 친구는 사업에 실패하고 과도한 빚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사업에 실패했지만 재기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책을 내고 싶다고 한다. 죽음의 문 앞에서 고민하는 사업 실패자에게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먼저 이겨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먼저 자기 사례를 밝히겠다고 한다.

물론 그 친구도 사업에 실패했다. 게임개발사를 운영했는데, 사드 여파로 중국회사가 투자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고, 자금이 경색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직원 급여와 퇴직금도 밀려 몇억이나 됐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 사업자금을 빌려줬던 친누나는 내용증명을 보내오다가 지급명령까지 신청해왔다. 채권자인 지인들은 더 험악하게 채권 추심을 시도했다.

막다른 길로 몰렸다. 이때 돈을 빌려줬던 후배가 사업이 망해 연락이 두절되다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까지 떠올랐다. 그 친구에게도 한때 사업이 잘돼 자금에 여유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마침 친한 후배 둘이 투자를 요청해서 몇억 원을 사업자금으로 빌려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후배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한 후배와 연락이 닿았다.

"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얼마 전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OO는 그때 못 견디고 자살을 했습니다."

후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돈 생각도 났지만, 목숨을 버린 후배가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런데 한편으론 '사업은 실패할 수 있는데 목숨까지 버릴 필요가 있을까. 그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그 처지가 되니 오만 생각이 다 들고, 갈팡질팡했었다고 한다.

많은 문제 있지만 하나씩 해결 가능

그 친구는 그 무렵 필자에게 사업 정리에 대해 상담을 해왔다. 여러 주제에 대해서 묻고 또 물었다. 회사 자체를 회생·파산할지,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체당금은 어떻게 할지, 대표이사와 이사가 연대보증 채무를 지고 있는 문제, 회사가 체납한 세금에 대한 과점주주의 2차 납세의무는 어떻게 되는지, 대표이사의 개인회생·파산이 가능한지, 몇 년 전 이혼·재산분할 했는데 영향 없는지, 법적 조치를 해온 친누나에게만 돈을 갚은 것이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참으로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몇 달에 걸쳐 반복적으로 물어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정말 끝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듣고자 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지 묻는 보호자 같았다. 결단은 그 친구의 몫이었다. 필자는 사업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사업이 실패하면 본인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하나씩 하나씩 해결이 가능하니 정리해 보자고 권했다.

그 친구는 결단을 하고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물론 그 과정은 복잡하고 상당한 노력이 들었다. 우선 회사를 폐업했다. 본인은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그 친구의 친동생도 회사 채무에 연대보증한 경영진이라서 형제가 같이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밀린 직원들 급여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주 대신 지급해주는 체당금으로 처리했다. 그나마 사업주가 나서서 체당금으로 처리해준 데 대한 보답으로 직원들이 검찰에 임금체불로 인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줘서 처벌은 면했다.

주식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아서 2차 납세의무는 없었다. 소명자료 준비에 노력이 꽤 들긴 했지만 개인파산 과정에서 허위 이혼이 아니고 재산분할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 받았다. 파산관재인이 친누나에게 부인권 소송 중이고, 그 소송이 끝나면 파산 과정이 다 정리될 예정이다. 파산관재인은 법원에 특별히 면책을 허가하지 않을 사유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실패한 사업가도 보호되어야 할 고귀한 생명

그 친구는 개인 파산 중이지만 새 직장을 구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새 직장은 파산한 회사의 직원들이 설립한 게임회사다. 직원들은 폐업한 회사에서 구상 중이던 게임 프로젝트를 새로 설립한 회사에서 진행했다. 직원들은 그 게임 프로젝트를 잘 알고 있고, 그 분야 사업 경험이 많은 그 친구가 필요했다.

새 회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도 제작했다. 그냥 심심풀이 게임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그 새 게임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며칠간 급상승 1위를 기록하면서 대박 조짐까지 보인다고 한다. 개인 파산 후 면책이 완료되면 임원으로 등기하고, 지분도 받기로 공감을 봤다고 한다.

정부가 재도전 기업인들을 돕는 많은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정책금융기관부터 대표이사에게 요구했던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재기 지원펀드를 조성해 재기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재도전 기업이 일반기업에 비해 생존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지만, 머리에 남아 있는 사업 경험, 형성된 인맥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패 경험도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재산이다. 아무리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더라도, 최소한 실패한 사업가도 보호되어야 할 고귀한 생명이라는 점에 이론이 있기 어렵다.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그 친구와 같은 훈훈한 사례가 많이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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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입니다. 글에 나오는 이야기는 당사자들에게 허락을 받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