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중기이코노미] 대표 8년, 몸부림 1년…구덩이서 빠져 나오다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20-02-26 14:27
조회
1471

대표 8년, 몸부림 1년…구덩이서 빠져 나오다

[재기도전 중소기업인 수기] ①법 도움 받고, 헤어질 때 잘 헤어지자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내가 하던 사업이 망하고 나는 신용불량자가 된다. 비슷한 처지의 몇몇 개발사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나오던 이야기다. 이렇게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지나간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을 통해 지나온 게임개발사 대표로의 8년, 그리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 친 1년을 복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두려움 따위는 없는 시작, 꽤 괜찮은 성과 만들어


시작은 여타 여러 개발사의 시작과 비슷하게 몇몇 마음 맞는 개발자들이 모여 했다. 시작은 즐겁고 희망과 기대도 많은 그런 시간이다. 두려움 따위는 없는 시작이었다. 요즘 말로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메시지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회사는 시작됐고, 사업은 꽤 괜찮은 성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데스벨리를 건너고 있었고, 데드라인은 우리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017년 시작과 동시에 중국 서비스 준비를 시작했는데,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판호(서비스 허가) 해결은 커녕 개발비로 사용될 계약금 지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6개월을 끌던 일본 계약 건은 2018년 5월 최종적으로 drop(탈락)이 됐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참 지난하고 힘든 시간들이었고, 나로 하여금 잊지 못할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해줬다.

몸치, 박치 아니고 법치…헤어질 때 잘 헤어지기

 

법에 ‘ㅂ’자도 모르는데 이 사고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할 때, 모바일게임협회 고문변호사는 무조건 찾아가야 하는 1순위 해결사였다.

A부터 Z까지 믿고 맡겨 놓는 게, 그리고 필요한 서류만 잘 준비를 하는 게, 정신건강에나 또 다음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전문가의 가이드를 믿고 따르는 것이 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준비 서류의 압박은 만만한 게 아니었고, 준비만으로도 멘탈을 흔들기에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부채와 재산 증빙이었고, 이게 처음 준비해보는 입장에서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

힘든 시간은 원망과 분노 그리고 좌절의 감정들을 끌어 올렸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기를 여러 번, 하지만 그렇게 벗어나고 싶다고 벗어나지는 게 아니니 의도치 않게 ‘맘고생 다이어트’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위궤양 진단까지 받게 됐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10kg 감량에 성공하면서 채권추심금지와 개인회생개시 신청서가 접수됐다.

최대한 빠르게 법적 도움을 받아서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고의 방법이다. 의외로 우리나라 법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을 많이 마련해 놓고 있었다.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답이다. 얻는 게 잃는 것 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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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채권자 집회를 통해서 엄청난 수의 채무자들도 만나게 되고 회생인가 결정도 받게 됐다. 재도전성공패키지에도 선정돼, 정말 재기를 해보게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또 하나의 문제는 미지급 급여(퇴직금) 해결. 이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법적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다만 직원들과 헤어질 때 최선을 다해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럴 때 대표자의 마음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장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마구마구 떠오르지만 내가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업을 했으니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며 헤어지는 게 서로의 남아 있는 인생을 위해 좋은 것이다.

일이 이쯤 진행이 되면 이제부터는 앞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또 막막하게 다가온다. 이미 신용불량자(신불자) 딱지는 달릴 게 뻔하니 이 딱지를 달고 어떻게 앞으로 먹고 살지 고민을 하다 보면, 또 한번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맘고생 다이어트 2차전이 시작된다.

길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 끄집어 내 메모하며 구체화

내 경험상 길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끄집어내서 메모를 하고 버스든 지하철이든 짬나는 시간에 조금씩조금씩 구체화를 시켜보는 것이다. 그게 지긋지긋한 게임이든 아니면 다른 아이템이든 아무 상관없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니 나에게는 나름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고 잠깐이지만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가 한 개도 없으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좋은 기회나 아이디어가 사람들로부터 의도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마음은 사람들을 피하고 싶지만 일부러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 또 좋은 방법 중에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조금씩 내 안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이 꿈틀대는 아이디어를 지하철과 버스에서 미친듯이 메모장에 옮겨 담았다. 옮겨 담고 정리하고, 옮겨 담고 정리하기를 반복하던 중, 우연히 얻은 정보가 창업진흥원을 통해서 폐업 이력이 있는 대표나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사업인 재도전성공패키지였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그 동안 정리한 내용을 담아 서류를 제출했다.

회생인가 후 재도전성공패키지 선정…새로운 도전 중

그러는 동안 채권자 집회를 통해서 엄청난 수의 채무자들도 만나게 되고 회생인가 결정도 받게 됐다.

재도전성공패키지에 1차 서류가 운 좋게 통과가 되고, 타이밍 좋게 회생인가 결정문도 받아서 2차 프레젠테이션 전에 인가결정문도 첨부해 제출하고 2차 프레젠테이션도 차분히 준비했다.

준비하는 동안은, 사업에 집중했던 느낌과는 다르게 뭔가를 새로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다. 사업을 끌고가야 하는 의무감에 빠져서 허우적댈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좋은 느낌이 도움이 돼서일까 프레젠테이션도 잘 마쳤고, 또 최종 결과도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재도전성공패키지에 선정됐다. 정말 재기를 해보게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쯤 되니 뭔가 구덩이에서 조금씩조금씩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조금씩은 얼굴에 웃음기도 돌아왔다.

아직 다 해결된 건 아니다. 계속 진행중이다. 회생도 신불도 진행중이고, 그래서 신용카드는 언감생심 기대도 못해본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재도전도 진행중이다. 정부지원사업도 진행중이고 회사도 새로 설립해서 사업도 진행중이다. 작은 공동개발건도 진행중이다.

 

어차피 인생이 진행중이니 어쩌겠나. 이왕 비싼 수업료 내고 인생공부 했으니 앞으로는 과거보다는 좀 더 잘 해보는 수밖에. 한치 앞을 모르는 처음 사는 내 인생이 오늘이고, 부자 트럼프도 처음 사는 인생이 오늘인 것을. [제공=중기이코노미 객원 김남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도담)]

 

http://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4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