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ohmyNews/기고] 벼랑끝 한계채무자 대책이 필요하다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20-10-16 09:47
조회
1245


"개인회생 중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월급이 제대로 안 나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유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느 채무자 A씨의 이야기다. 코로나19는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민생을 힘들게 하고 있다. 채무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급여생활자의 경우 회사가 어려워져서 월급을 제때 못 받거나 실직을 하는 이들이 늘었고, 자영업자의 경우 매출이 줄어 빚을 갚기 너무 어려워졌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개인들이 빚을 갚기는커녕 빚을 더 지는 신세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에 이미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는 채무자는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짠 변제계획을 그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맞는 채무자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채무자 도덕성... 사회 우려가 큰 것은 '현실'이다

채무자 중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원이 채무자를 무턱대고 면책해 주지 않는다. 채무자는 재산과 수입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제출해서 파산관재인과 판사의 꼼꼼한 검증을 거쳐야 하고, 채권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가족들, 심지어 이혼한 지 몇 년 된 전 배우자의 재산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파산관재인은 채무자가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낸 금액에 비례해서 보수를 받게 돼 있어 숨겨놓은 재산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파산관재인이 '오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떤 채무자는 "파산관재인이 나를 범죄자 취급하고 수십 년 인생을 샅샅이 턴다"라고 하고, 다른 채무자는 "파산관재인이 대뜸 말을 까고 반말로 엄청 고압적으로 신문했다"라고 비인격적 대우에 대해 호소한다. 이렇게 채무자의 도덕적 문제, 적어도 법적인 문제는 채무자 회생과 파산절차 과정에서 검증을 통해 해소된다.

한편, 채무자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빚에 몰리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이라도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가 없다.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못하면 빚도 갚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추심은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를 괴롭히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혹시나 채무자의 주변 사람이 가엽게 여겨 대신 빚을 갚아줄까 하는 부도덕한 동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음지로 내모는 것보다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맞는 한계채무자 대책 필요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대법원과 지방법원에 한계채무자에 대한 대책을 제안했다. 제안의 큰 방향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감소해 회생계획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회생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과 개인회생절차보다 개인파산절차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생절차에 관한 구체적 제안은 회생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회생절차를 폐지하지 말고, 법원이 채무자에게 회생계획을 변경하는 신청을 하도록 절차를 안내하고, 그런 신청이 들어오면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계획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계채무자가 회생절차 진행 중에 실직을 하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와 같이 가까운 장래에 변제할 만큼 수입을 얻기 어려우면 변제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 코로나 19 사태는 재난이므로, 회생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 채무자가 책임질 수 있는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변제금액이 청산가치를 넘어선다면 이런 채무자에게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변제계획 완료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특별면책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코로나19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는 향후 정기적인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낮으므로 일정기간 생계비를 넘는 소득으로 채무를 변제한 후 면책되는 개인회생절차보다는 파산 당시의 재산만으로 채무를 일시에 변제하고 면책되는 개인파산절차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이 약 2배 정도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개인파산에 비해 개인회생은 상대적으로 변제금액이 더 많고, 면책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면서, 면책 확률이 낮아 채무자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개인파산을 개인회생제도보다 우선해서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이 도산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제안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은 긍정적인 회신을 해왔다. 그러나 다른 지방법원은 답변이 없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한계채무자들에 대한 조치를 시행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법원에서도 한계채무자를 위한 조치를 시행해야 하고, 법원행정처에서도 전국 법원의 통일된 도산사건 처리를 위한 사법행정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방법원 도산사건 처리기간 느리고 소극적 운용

참여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개인회생 사건 수가 개인파산 사건 수보다 약 2배가 많고, 일부 지방법원은 사건처리에 걸리는 기간이 늦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울산지방법원과 광주지방법원은 개인회생신청 건수가 개인파산신청 건수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전주·대구·의정부지방법원은 개인파산 선고까지 다른 법원에 비해 2배 이상 오래 걸렸으며, 의정부지방법원은 면책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가장 빠른 법원보다 약 3배 가까이 지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회생 사건에 있어서 회생계획 인가까지 걸리는 기간은 인천·울산·전주지방법원이 약 11개월 이상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 울산·부산지방법원에서 2016~2018년 개인회생·파산, 면책 결정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점점 크게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회생법원이 사건처리의 신속성과 적극성에서 가장 우수한 수치를 보였고, 부산·울산·전주·의정부지방법원 등 특정 법원에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소극적인 운용 실적을 보여줬다. 근래 들어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폭풍전야의 고요? 개인도산사건 사건 수 감소에 따른 대책 시급



이상한 점은 2020년 8월 말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것이다. 폭풍전야의 고요인지 아니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으로 지난해보다 한계채무자의 상황이 호전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마 후자는 아닐 것 같다. 코로나19 대책으로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등에 대해 원금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가계대출에 대해 원금 상환 유예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신용회복위원회도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채무자의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다.

위기가 유예, 즉 뒤로 미뤄졌을 뿐이라고 판단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돼 채무변제 유예정책이 폐지되면 다수의 채무자들이 일시에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예정책의 단계적 폐지와 한계채무자에 대한 구제책 등과 같이 코로나 이후 연착륙을 위한 대비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남주씨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8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