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중기이코노미] 중년의 파산…그러나 재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20-02-26 14:31
조회
1569
 

중년의 파산…그러나 재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재기도전 중소기업인 수기] ②늪에서 빠져 나온 지천명

대한민국에서 게임산업이 태동을 하기 시작한 때인 1993년 청년기부터 20년이 넘도록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중소 게임개발회사에서 10년을 보내고, 대기업에 스카우트 돼 입사 후 10년을 보내면서 게임전문가로 자리를 잡았다. 20여년 게임인생은 그 과정에서 굴곡도 많았지만, 일보후퇴 후 이보전진하는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내 게임인생의 경험과 역량을 온전히 다해 노년이 돼서도 게임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과 목표로, 2013년 말에 회사를 퇴사하고 2014년 2월 드디어 개발회사를 창업했다.

기술력 인정 받고 창업…출발은 순조로웠다

모바일게임도 최소 수십억 원의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해야 간신히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설립 초기의 투자유치가 게임완성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창업 당시는 스타트업의 투자유치가 대단히 어려웠다.

나 또한 도저히 풀리지 않는 투자유치에 고군분투하다, 중국과의 공동개발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또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높은 기술력 평가를 받은 덕분에 벤처기업인증과 함께 3억원의 기술보증 대출금을 받았다. 회사설립 초기에 10억여원의 초기개발비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그 후 메이저 퍼블리셔가 회사로 먼저 찾아와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좋은 조건에 판권계약과 투자계약을 완료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게임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 회사설립  1년반 만에 모바일 RPG 개발을 완료하고 준비를 거쳐 2015년 게임을 출시했다. 개발비에 대부분의 자금이 투입돼 마케팅비를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시 전 다수 게임전문매체의 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정보가 제공됐다. 출시와 동시에 단기간에 70만을 넘는 다운로드 수, 일매출 6400만원, 구글매출순위 15위를 기록하는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성과를 거뒀고, 이때까지만 해도 ‘실패’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유저 이탈, 매출 급전직하…악순환의 늪으로

하지만, 신규 유저 확보를 위한 마케팅활동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저의 이탈이 시작됐다. 매출의 하락속도는 급전직하했고, 게임출시 수 개월만에 매출은 손실로 전환됐다.

콘텐츠의 업데이트와 유지관리를 위한 개발비 등 회사의 경상비는 증가하며 매월 영업손실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개인자금으로 급여 등 회사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신규게임 개발을 병행하면서 부족한 경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기관 등에서 대출 등을 통해 2억원, 은행의 신용대출과 대표이사 개인 마이너스통장 1억원, 예적금 담보대출 등으로 수억원 등 대표이사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가능한 자금을 모두 동원해 회사에 투입했다.

역부족인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급기야 현금서비스 돌려막기가 시작됐고, 친구 등 지인들에게 2000만원, 700만원 등 되는대로 손을 벌려 부족한 급여와 급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주변의 많은 개발사들이 폐업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는 어떤 경우에도 폐업과 파산은 절대 고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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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경제전반의 현황을 보면 재기와 재도전의 방법을 찾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여건이지만, 나는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했던 첫 창업의 꿈을 재창업을 통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목표를 놓지 않고 재도전과 재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임금체불, 존립 위기…폐업과 파산 신청까지

그러나 급기야 직원들의 급여가 체불되는 상황이 두어달 이어지며 회사존립 자체가 불안정해지자, 자연히 폐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조계에 상담을 청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을 신청해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듣고, 회사가 더 이상의 생존방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된다면 폐업과 파산도 재출발과 재도약에 좋은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는 조언을 얻었다.

폐업은 할 수 있으나 파산은 지금 내 나이에 선뜻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어서 한 달 이상을 아무런 결정을 못 하고 고민하다, 결국 폐업과 파산신청을 결정하게 됐다. 솔직히 더 이상의 방안이 없는 벼랑끝 상황까지 몰린 상태에서 폐업과 파산신청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업자의 폐업신청은 신청서 접수 하나로 간단히 처리가 되는 것이지만, 무려 30여 종의 파산신청 준비서류 리스트를 받아본 순간 그저 암담한 생각과 내 인생에 대한 회의, 무엇을 위해 내가 고행과 희생을 감수했던 것인가 등 형언하기 어려운 심연의 복잡하고 힘든 심정이 먼저 들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일했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회사운영을 하며 성과는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직원들이 피해는 최소화 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가 내겐 폐업과 파산인가 하는 마음에 한없는 허탈감과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몰려왔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아내와 자식이라는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할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 깊은 삶의 회의를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컸다.

2017년 4월 파산선고 첫 기일에 법정이라는 곳에 처음 서게 됐는데, 첫 기일에 판사가 내게 직접 신문했던 내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특수성이 있는 게임업계에서의 오랜 경력과 경험을 볼 때 제가 직접 취업을 알선해주기는 어렵지만, 취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파산이 아닌 회생을 하는 것이 어떤가요?”

회생의 어려움을 입증하고 수 차례 법정에 서는 과정을 거쳐, 10개월여만에 파산선고가 내려졌다.

회사정리, 폐업, 파산신청, 파산절차와 선고, 면책절차와 선고 등 지난 1년 여의 시간과 과정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울분과 삶에 대한 회의, 깊은 회한과 괴로움이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내 몸 깊숙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가 나도 모르게 큰 한숨으로 몸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재도전의 노력…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중국에서의 단기취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면책을 받은 것은 성실하고 투명한 회사경영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에 대한 감사함을 재기를 통해 미력하지만 산업과 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창출에도 노력하는 것으로 작은 보답이라도 하기 위해 가상현실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히며 재기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대단히 녹녹하지 않다. 현재 국내 게임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국내시장은 메이저 Top3 게임회사와 중국게임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중소게임사들은 줄폐업이 진행 중이라, 이미 나이가 지천명이 넘은 내가 취업처를 찾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다.

폐업을 하기 전에 개발한 개발리소스를 현재 게임트렌드에 맞도록 변형해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빠른 매출기반을 확보하는 계획으로 재창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게임개발회사에 대한 스타트업 투자 자체가 완전히 막혀버려서 재창업 시도가 힘들었다.

창업진흥원의 장년 재창업지원도 두드려보고자 했으나, 이전과 동종업종으로 재창업을 하면 지원자격에서 제외된다. 장년의 나이까지 오롯이 한 분야에서 업무경험과 스킬을 쌓아온 장년 재창업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는 청년창업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지난 2017년 정부는 실패한 벤처사업가의 재창업을 세 번까지 지원하기 위해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를 조성했고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내 주변의 많은 폐업·파산 사례 중 재기지원펀드의 투자를 받은 실제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산업과 경제전반의 현황을 보면 재기와 재도전의 방법을 찾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여건이지만, 나는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했던 첫 창업의 꿈을 재창업을 통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목표를 놓지 않고 재도전과 재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폐업과 파산이라는 질곡을 지나는 동안의 패배감과 좌절감을 잊지 않고 면책으로 얻게 된 재도전의 자신감을 재기성공으로 반드시 현실화 하겠다는 각오를 이번 수기를 작성하며 재삼 다짐해본다. [제공=중기이코노미 객원 김남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도담)]

http://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4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