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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고] 회생·파산신청 전 가족에게 빌린 돈을 갚아도 될까요? #박지석변호사

작성자
회생희망센터
작성일
2021-11-23 09:55
조회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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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A씨는 파산신청 절차 진행 중 갑작스럽게 부인권 소송을 제기당했다. 이유는 파산 신청 전 가족에게 빌렸던 돈을 먼저 갚았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경영이 어려워져 파산신청을 했으나, 차마 가족으로부터 빌렸던 돈까지 파산채권으로 등재하기 미안해 빌린 돈을 먼저 갚은 것 뿐이었다.

대다수의 채무자들의 경우, 한 군데만 채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금융기관과 개인채권자에 대해서 다중의 채무를 부담한다. 이런 경우, 유독 독촉이 심한 채권자에 대해 주위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채무를 변제하거나, 위 사례의 채무자 A씨처럼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에 대한 채무만 먼저 갚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채무자 중 일부에게만 다른 채권자들과 평등을 해치게 되는 것을 알면서 지급의 정지 등이 있은 후 또는 그 전 60일 이내(특수관계인은 1년 이내)에 변제한 것을 '편파변제'라고 한다. 회생 또는 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이러한 편파변제가 있었던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파산관재인 등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파산관재인 등이 부인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채무자가 이미 채무초과상태 또는 지급불능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채권자에게만 채무를 변제한다거나,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하여 현금화하는 행위를 한 경우 파산관재인 등이 편파변제를 받은 채권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걸어 편파변제 행위를 부인하고 원상회복으로 변제한 채무 또는 처분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하고, 법원이 채무자의 이러한 행위를 '부인'하여 변제한 채무 또는 처분한 재산을 원상회복시키도록 명하고 다른 채권자들에게 채무액 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도록 함을 의미한다.

회생·파산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면, 재산처분은 전문가와 상의하여 진행해야

이처럼 회생 또는 파산신청 전 편파변제나 재산처분행위는 부인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이므로 추후에 회생 또는 파산절차 진행에 있어 해당 변제 또는 처분액 상당의 금액을 지급해야 하거나, 파산관재인으로부터 부인권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

또한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 행위 중에서도 ​파산원인의 사실이 있음을 알면서 어느 채권자에게 특별한 이익을 줄 목적으로 담보의 제공이나 채무의 소멸에 관한 행위로서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과태파산죄가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과태파산죄에 해당하는 때에는 법원은 면책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채무자는 파산만 되어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면책이 되지 않아 채권추심 등의 고통을 계속 받게 되는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실무에서는 편파변제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부인권 행사로 환수를 하게 되면 특별히 악의적인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은 면책을 불허가까지 하지는 않고, 채무자회생법에 규정된 재량면책 규정을 이용하여 면책을 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인권 소송과 같은 불필요한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회생 또는 개인파산을 고려하는 채무자는 섣불리 일부 채권자에게만 채무를 변제한다던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하여야 한다.

특히, 채무자 A와 같이 가족에 대한 채무만 변제하고 파산을 신청한 경우, 회생 및 파산절차에서 해당 행위에 대해 파산관재인이 부인권을 행사하여 가족에게 변제해주었던 채무액을 다시 돌려받는 경우가 생긴다. 채무자는 가족에게 좋은 의도와 다르게 오히려 가족이 소송을 당해 그 돈을 다시 빼앗기는 번거로움을 안길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채무 일부를 변제해야 하거나,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에는 회생 및 파산절차를 잘 아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이것이 부인권 대상 행위로서 나중에 회생이나 파산을 진행할 때 문제되지는 않을지 잘 확인해보고 채무를 변제하거나 재산을 처분해야 한다.